'산행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80건
- 2018.01.14 강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개고생한 원주 백운산 산행기 1
- 2017.12.26 설악시(雪岳詩)의 오리지널 버전을 찾아 보다. 2
- 2017.12.24 변산반도의 내변산을 남여치부터 원암까지 걷다.
- 2017.12.09 몸속의 알코올을 배출하러 광교산을 오르다.
- 2017.12.03 대학 동기들과 남한산성에서 송년산행을 즐기다.
- 2017.11.26 산행보다 뒷풀이가 성대했던 팔당 예봉산 산행기 2
- 2017.11.15 할머니를 떠올리며 걸어본 대구 팔공산(八公山) 종주산행기
- 2017.11.14 만추(晩秋)에 구미 금오산(金烏山)을 오르다.
오늘은 강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개고생을 하며 원주 백운산(白雲山)을 나홀로 올라 보았다.
원주 백운산은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의 경계에 솟은 해발 1,098m의 산인데,
가까운 치악산의 명성에 가리워져 덜 알려져 있지만 태고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오전 9시반 경에 백운산 자연휴양림 산림문화휴양관에 주차를 하고, 산행 준비를 하는데 아.뿔.싸. 깜빡하고 아이젠, 스패츠, 방한 장갑을 빠트렸다.
차창밖으로는 눈이 흩날리고 기온은 영하 8도를 가르키고 있어서 잠시 고민을 하였으나, '언제 또다시 이곳에 올까?' 싶어서 일단은 출발을 하였다.
산림휴양관 뒷편의 개울을 건너서 백운정(白雲停) 방향으로 등산로를 오르는데,
아이젠이 없으니 등산화가 계속해서 눈길에 미끌어져서 진군 속도가 형편없이 느리다.
이윽고 40분 만에 백운정에 도착하여 땀을 식히며 또다시 고민을 하였다. '올라가? 말어?'
이제 와서 다시금 생각을 해보니, 여기서 미련없이 회군(回軍)을 했어야 했다.
'산행을 시작하면 반드시 정상을 찍어야 한다'는 이상한 자존심 때문에 열GO를 하였다.
임도에서 다시 시작되는 정상까지 2.3Km의 등산로에는 눈이 수북히 쌓여 있어서 이 몸이 직접 러셀을 하면서 전진을 해야 했다.ㅠㅠ
더욱이 바람이 심통을 부린 특정 구간에서는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느라,
체력은 엄청나게 소진되고 등산화 속으로는 눈덩이가 들어와서 발이 서서히 얼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동물 발자국에 현혹되어서 알바까지 하고, 강추위에 스마트폰의 배터리마저 앵꼬가 되자 멘붕이 왔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 내 발자국을 따라온 단체 산객에게 러셀을 맡기고 후미에서 가까스로 안부에 도착을 하였다.
정상 300m 직전의 안부에서 양말을 갈아 신었지만, 등산화가 통째로 젖어 있어서 발가락이 쓰려오며,
아이젠이 없어서 로프와 나무를 잡느라고 많이 사용한 일반 장갑도 꽁꽁 얼어서 손가락 또한 곱아 온다.
정말로 정말로 정상을 알현하고 싶었으나 동상(凍傷)이 우려되어서 눈물을 머금고 코앞에서 회군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하산길에서는 5-6차례 엉덩방아를 찧으며 엉금엉금 기어서 임도까지 다시 내려오자 살았다 싶더라.
이제는 바닥난 체력과 부실한 장비를 극복하기 위하여, 거리(4Km)는 많이 돌지만 임도를 따라서 천천히 하산하기로 한다.
그런데 편안하게 임도를 걷노라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을 것만 같더니만, 멋진 경치가 눈에 들어오자 카메라를 꺼내 든다.
이제는 애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나 보다.
그리고 동계올림픽 노르딕 선수들처럼 눈이 덮인 임도를 터벅터벅 걸어서,
오후 3시반 경에 산림문화휴양관으로 되돌아와서 오늘 산행을 종료하였다.
동계산행에서는 준비물을 더욱 꼼꼼하게 챙기고 안전을 위해서는 훗날을 기약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아주 평범한 교훈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준 원주 백운산에서의 2018년 신년산행이었다.
"원주 백운산(白雲山)아 기다려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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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첫직장 산악회의 회장 이취임식에서 '설악시(雪岳詩)'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산꾼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口傳)되어서 매우 다양한 버전의 '설악시'가 존재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며 급 궁금해져서 구글링을 해보니 나름 신뢰가 가는 원전(原典)이 존재하더라.
'설악시'는 진교준(1941-2003)이란 분이 서울고등학교 재학중이던 1958년에
'설악산 얘기'라는 제목으로 학교 문집에 게재하여 경희문학상을 수상한 詩란다.
<2015. 12 - 오색 오르막에서 한계령 방향>
그래서 내가 지난 7년간 설악산을 오르내리면서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설악시'의 풀버전을 퍼와서 한번 소개해본다.
<2011. 6 - 중청봉에서 일출>
나는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채로 호흡하는
나는 산이 좋더라.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2014. 8 - 내설악 십이선녀탕계곡>
산에는
물, 나무, 돌.....
아무런 오해도
법률도 없어
네 발로 뛸 수도 있는
원상 그대로의 자유가 있다.
고래 고래 고함을 쳤다. 나는
고래 고래 고함을 치러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른다.
<2013. 9 - 울산바위에서 동해바다 조망>
산에는
파아란 하늘과 사이에
아무런 장애도 없고
멀리 동해가 바라뵈는 곳
산과 하늘이 융합하는 틈에 끼어 서면
무한대처럼 가을 하늘처럼
마구 부풀어 질 수도 있는 것을.....
<2014. 10 - 대청봉에서의 운해>
도토리를 까 먹으며
설악산 오솔길을 다리쉼 하느라면
내게 한 껏 남는 건
머루 다래를 싫건 먹고픈
소박한 욕망일 수도 있는 것을.....
자유를 꼭 깨물고
차라리 잠들어 버리고 싶은가.
<2017. 9 - 내설악 오세암 만경대>
깨어진 기와장처럼
오세암 전설이 흩어진 곳에
금방 어둠이 내리면
종이 뭉치로 문구멍을 틀어 막은
조그만 움막에는
뜬 숯이 뻐얼건 탄환통을 둘러 앉아
갈가지가 멧돼지를 쫓아간다는
포수의 이야기가 익어간다.
이런 밤엔
칡감자라도 구어 먹었으면 더욱 좋을 것을
<2015. 6 - 내설악 구곡담계곡>
백담사 내려가는 길에 해골이 있다고 했다.
해골을 줏어다가 술잔을 만들자고 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빠이론이
한개의 해골이 되어버린 것 처럼
철학을 부어서 마시자고 했다.
해.골.에.다.가.....
<2012. 10 - 공룡능선>
나는 산이 좋더라
영원한 휴식처럼 말이 없는
나는 산이 좋더라
꿈을 꾸는듯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2014. 6 - 설악산 서북능선>
설악시를 읊으며 설악산의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또다시 설악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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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첫직장 산악회의 선후배들과 함께 전북 부안에 위치한 변산반도의 내변산을 남여치부터 원암까지 가볍게 걸어 보았다.
오전 10시10분에 남여치 매표소를 출발하여 월명암, 직소폭포, 재백이고개를 경유하여 오후 2시15분에 원암 매표소에서 산행을 종료하였다.
오늘은 산악회의 2017년 송년산행이어서 진배 회장이 아주 라이트한 코스를 선택하여서,
남여치 매표소부터 월명암까지만 실질적인 등산이고 나머지 구간은 거의 둘레길 수준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시간이 부족하여서 알현하지 못했던 월명암(月明庵)도 주마간산으로 둘러 보았는데,
월명암은 신라 신문왕 11년에 창건된 고찰로 대둔산 태고사, 백암산 운문암과 함께 호남의 3대 영지로 손꼽히는 곳이란다.
당초에는 월명암 직전에 위치한 쌍선봉엘 오를 예정이었으나 탐방로가 막혀 있어서,
오늘은 봉우리를 한 개도 찍지 못하는 순수한 능선 산행이 되어 버렸다.
직소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모여서 이루어진 분옥담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서는,
변산팔경(邊山八景)중 제2경이라는 직소폭포도 멀리서 감상을 하였다.
원래 내변산의 최고 봉우리는 의상봉(508m)인데 통신시설이 자리하여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보통 내소사 뒷봉우리인 관음봉에서 100대 명산 인증을 하는데 오늘은 그나마도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곰소항의 현정이네 횟집으로 이동하여 산악회장의 이취임식을 겸한 질펀한 뒷풀이를 하고서는,
발동이 걸려서 버스의 기수를 여의도로 돌려서 꽐라가 되도록 2차를 하고서는 자정이 넘어서 집에 들어왔다.
오늘은 산행을 했는지 회식을 했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내가 미쳤나보다.
지난 11년간 산악회를 애정과 헌신으로 이끌어준 승배 회장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며,
신년부터는 진배 회장과 함께 즐거운 산행과 유쾌한 뒷풀이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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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에는 송년 모임의 참석 범위를 아무리 줄여 보아도 학교 모임 3곳, 직장 모임 3곳, 취미 및 소모임 3곳등 최소 9번은 되더라.
항상 '오늘은 살살 달려야지' 하면서 나가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서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면 끝은 언제나 창대해진다.
11월말부터 시작된 송년 모임에 지난주 3번, 금주 2번을 참석하였더니만 혈관속으로 알코올과 노페물이 흘러 다니는 기분이다.
어제도 거의 자정이 되어서 집에 기어 들어와 몸은 무거웠지만 창밖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배낭에 물 한통과 간식만 넣고서 집에서 가까운 광교산에 올랐다.
오전 10시반경에 신분당선 광교역을 출발하여 형제봉, 종루봉, 시루봉을 찍고서, 오랜만에 수지 삼성1차 아파트까지 12.74Km를 4시간 가량 길~게 걸어 보았다.
지난 10월의 광청종주시에는 워낙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서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광교역에서 광교산 주능선을 접근하는 등산로에 이정표가 잘 구비되어 있었다.
오늘은 기온이 0도 내외로 꽤 쌀쌀하였으나, 하늘엔 구름 한점없는 기가 막힌 날씨였다.
나는 광교산엔 워낙 자주 올라서 나름대로의 루틴을 가지고 있는데,
형제봉에 올라서 수원 방향의 조망을 감상하고, 종루봉에서는 간식을 까먹고, 시루봉에서는 아이스께끼 하나를 빠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형제봉에서의 뷰도 그닥이고, 종루봉 망해정은 단체 산객이 점령을 하였고, 시루봉엔 아이스께끼 장사도 없었다. 썩~을
그래서 언제나처럼 광교산 정상에서 청계산과 관악산의 뷰만 잠시동안 즐기고 수지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하산 루트는 시간 여유, 남은 체력, 간식 재고에 따라서 그때그때 달리하는데,
오늘은 모든 것의 여유가 있어서 오랜만에 수지 삼성1차 아파트까지 길~게 걸어 보았다.
광교산은 원거리 산행을 못갈 때 언제든지 찾아가면 한결같이 반겨주는 고마운 친구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광교산을 격하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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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학 동기 50여명과 함께 남한산성을 지하철 8호선 산성역부터 북문까지 7.11km의 거리를 3시간40분 동안 가볍게 걸어 보았다.
예전에 남한산성 성곽길은 3-4번 걸어보아서 그다지 낯설지는 않았으나,
산성역을 출발하여 남문과 서문을 경유하여 북문에서 산행을 종료하는 새로운 코스였다.
나는 번잡함을 싫어해서 삼삼오오 산행을 즐겨하는 편인데, 50여명의 대규모 인원과 함께하는 등산은 내 산행사에 오늘이 처음이지 싶다.
2-3일전에는 수은주가 곤두박질을 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돌돌 감싸고 집을 나섰는데,
오늘은 다행히 기온이 많이 올라가서 산행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다.
그런데 산행을 시작하여 채 2km도 걷지를 않았는데 판을 펼치고 입산주를 시작한다.
아마도 오늘은 그 유명한 산삼주(입산주+정상주+하산주)를 몸소 체험하게 생겼다.
이윽고 성남 누비길 1구간을 따라서 1시간40분만에 남한산성의 남문인 지화문에 도착을 하였다.
남문에서 서문으로의 산행 루트도 조망이 좋은 성곽길로 걷는 줄 알았는데,
아주 편~안한 콘크리트 산책로를 통하여 수어장대 방향으로 올라가더라.
이런줄 미리 알았더라면 스틱과 아이젠을 모두 집에 두고 올 걸 그랬다.
남문을 조금 지나서 한적한 테이블이 보이자 아니나 다를까
배낭에서 다양한 술과 푸짐한 안주를 꺼내어 이제는 정상주 술판이 벌어진다.
수어장대를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천지개벽을 한 위례신도시와 성남골프클럽을 내려다보니,
옛날 남성대 시절에 드라이브 거리도 많이 나가지 않는 놈이 공의 꼬리를 보겠다고
당시에는 수도권 최장거리의 드라이빙 레인지를 자주 찾았던 때가 피식하고 떠오른다.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동기들이 간식과 정상주를 즐기는 동안에 수어장대에도 오랜만에 다시 들러서 기웃거려 보았다.
이제는 소나무가 멋스러운 널찍한 산책로를 따라서 북문까지 여유롭게 걸어서 오늘의 남한산성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청수가'라는 식당에서 닭백숙과 닭볶음탕으로 걸쭉한 뒤풀이를 하였는데,
이 몸은 저녁에 분당에서 또다른 송년모임이 있어서 몸을 사렸지만,
다른 친구들은 술잔이 날아다니며 또다시 무지하게 마시더라. 참으로 대단들하다.
대학동기 산악회는 이제 두번째 참석이어서 아직은 많이 어색하지만,
35년전에 같은 학교에서 만났다는 인연 하나로 격의없이 대해준 친구들이 고마울 따름이며,
내년에는 함께하는 산행기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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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석을 하고 있는 첫직장 산악회의 11월 정기산행은 운길산 장어로 뒷풀이를 하면서,
한 해의 끝자락에서 친목을 다지며 몸보신도 겸하는 나름대로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오늘도 예봉산을 가볍게 올랐다가 하산하여 장어로 헤비하게 뒷풀이를 하였다.
오전 9시20분경에 팔당역을 출발하여 예봉산 정상을 찍고서는 철문봉과 적갑산을 경유하여,
새재고개를 못 미쳐 우틀하여 도로를 따라 내려와서 운길산역에서 오후 2시20분경에 산행을 종료하였다.
언제나처럼 새벽 일찍 집을 나서서 수지구청역 부근에서 갈비탕으로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하고서는,
신분당선->2호선->분당선->경의중앙선 지하철을 허벌나게 갈아 타고 거의 2시간 만에 팔당역에 도착을 하였다.
같은 사람들과 예봉산을 올랐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더라. 세월, 참으로 빠르다.
싸리눈을 맞으며 예봉산을 팔당역부터 운길산역까지 걷다.
예봉산을 오르면서 조망처에서 한강과 하남시를 내려다보자 정말로 많이 변해 있었는데,
예전에는 미사리 까페촌과 비닐하우스가 자리했던 곳이 고층아파트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 몸은 후미에서 사진을 찍으며 쉬엄쉬엄 걸어서 대략 1시간반 만에 예봉산 정상(683m)에 올라 섰는데,
날씨가 흐리고 눈발도 날려서 두물머리로의 조망은 완전 꽝이었지만 그래도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정상에서 적갑산 방향으로 능선길에 접어 들자 눈발이 더욱 굵어지며 바람도 세차게 불어와,
살기 위하여 잽싸게 등산스틱을 꺼내 들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서 조심스럽게 진행을 하였다.
2011년에 운길산에서 예봉산까지 종주를 하였으니 적갑산 정상을 6년만에 다시 알현을 하고서는,
새재고개를 못 미친 삼거리에서 실질적인 산행은 종료하고 비를 피해서 속도를 높여 하산을 하였다.
그리고 양수리의 '한강민물장어'로 이동을 하여,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장어로 걸쭉한 뒷풀이를 하였다.
오늘은 주객이 전도되어서 등산은 뒷전이고 뒷풀이가 메인인 산행이 되었지만,
제보다 젯밥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소소한 재미중의 하나이지 싶다.
그런데 장어먹고 넘치는 힘을 쓸 곳이 없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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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晩秋)에 구미 금오산(金烏山)을 오르다. (0) | 2017.11.14 |
단풍 절정에 내장산을 오르다 - 둘째날 내장사부터 백양사까지 종주 (0) | 2017.11.05 |
몇 년 전에 설악산을 백담사에서 소청대피소까지 오르면서 봉정암에서 하산하시는 불자들과 교행을 하면서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었다.
손자들을 끔찍이도 사랑하셔서 대학입학시험이 있는 이맘때 즈음이면 칠순이 넘으신 연세에도 팔공산 갓바위에 오르셔서 치성을 드리시던 분이셨다.
설악동에서 동동주와 감자전으로 하산주를 하면서 고글 아래로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며 조만간에 팔공산을 찾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동안 인연이 닿지가 않아서 오늘에서야 대구 팔공산을 찾아와 갓바위부터 파계사까지 17Km의 능선길을 징~하게 종주산행을 하여 보았다.
새벽 4시반에 갓바위지구 주차장을 출발하여 관봉, 삿갓봉, 동봉, 비로봉, 서봉, 파계봉을 경유하여,
오후 2시20분에 파계사지구 주차장에서 종주산행을 종료하였다.
여러번의 휴식과 2번의 알바를 포함하여 대략 10시간 동안 팔공산 능선길을 지겹도록 오르내렸다.
전날 구미 금오산 산행을 일찍 마치고 무궁화호 입석편으로 구미역에서 동대구역으로 이동하여,
든든한 저녁식사와 충분한 보급을 하고서는 401번 버스를 이용하여 갓바위 시설지구로 들어왔다.
나는 새벽같이 종주길을 나설 팔자라서 '갓바위 황토참숯굴'이라는 찜질방엘 7,000원을 내고서 저렴하게 묵었는데,
내 평생에 가 본 찜질방 중에서 가장 낙후된 시설이었지만, 샤워는 가능하여서 국립공원 대피소보다는 낫다고 위안을 하였다.
나는 남들 보다 산행 속도가 느리고 귀경을 위한 넉넉한 시간을 벌기 위하여 새벽 4시에 출발할 예정이어서,
새벽 3시에 스마트폰 알람에 맞추어 기상하여 천천히 산행 준비를 하는데 바깥의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출발시간을 30분 늦추어서 새벽 4시반에 찜질방을 나서서 돌계단을 뚜벅뚜벅 걸어서 갓바위에 올랐다.
오늘은 기온이 급강하 하였고 새벽 5시를 조금 넘긴 매우 이른 시간이어서 갓바위에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몇 일 남지가 않아서인지 여러 명의 불자들이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옛날에 우리 할머니도 손주들의 대학합격을 위하여 갓바위 계단을 힘들게 오르셨을 생각까지 더해지며 숙연해지더라.
갓바위 시설지구부터 갓바위까지는 이 새벽에도 가로등이 환하게 비추고 있어서 걷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으나,
갓바위를 벗어나 팔공산 동봉 방향으로 능선길에 접어들자 칠흑같은 어둠을 헤드랜턴 하나로 헤쳐나가야 하기에,
노적봉 직전 선본재의 암릉 구간부터 심하게 알바를 하였다.
세찬 바람이 심술을 부려서 정상적인 등산로에도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 정말로 길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ㅠㅠ
혼자서 어둠속에서 찬바람과 추위와 싸우며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내가 이 짓을 왜 하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가,
이름 모를 봉우리를 오르면서 일출을 맞이했는데 세상 어떤 날의 해돋이보다도 너무나 장엄하고 반가운 햇님이었다.
햇님이 올라오고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의 레이다 기지도 멀리 시야에 들어오자,
조금 전까지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탈출을 할까?' 하였던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힘이 불뚝 솟아나더라.
내가 겨울 산행을 하면서 눈을 러셀한 경우는 있었지만,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을 러셀하면서 전진한 경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삿갓봉에서 잔돌들이 많이 들어간 등산화를 정비하고 당과 수분을 공급했더니 그제서야 팔공산의 아름다움이 눈에 훅하고 들어온다.
팔공산 정상부의 레이다 기지들이 한결 가까워진 것을 보니 동봉이 얼마 남지가 않았나 보다.
그리고 이 곳에서 산행 5시간 만에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났는데,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평소와는 달리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팔공산을 자주 오르신다는 대구 어르신이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등산객이 많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신다.
공식적인 팔공산 종주 능선길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언제 또다시 이 곳에 올까?' 싶어서 팔공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에도 기를 쓰고서 알현을 하였다.
그리고 비로봉에서 능선길로 접근을 하다가 또다시 알바를 하였는데,
계획에 전혀 없었던 마애약사여래좌상과 우연치않게 조우를 하는 행운을 누렸다.
사전에 인터넷에서 팔공산 종주 산행기를 읽으면서 동봉과 서봉의 사진을 많이 보았는데,
실제로 팔공산 능선길을 걸어보니 동봉과 서봉의 위상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조금 과장하여서 동봉, 비로봉, 서봉에만 올라도 팔공산의 80%는 보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서봉을 지나서 이름 모를 봉우리 아래에서 전날 동대구역에서 준비한 빵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배낭속에서 추위로 딱딱해진 빵이었지만 그래도 먹으니 힘이 나더라.
그리고 톱날능선의 가마바위봉을 우회하는 길에서는 순간적으로 잘못 진입하여,
오금이 저리는 낭떠러지와 바위 사이를 납작 엎드려서 어렵사리 통과를 하였다.
초반에는 종주길의 현위치번호가 너무나 자주(100m 마다) 있어서 공해라고 생각했었는데,
2번의 알바와 가마바위봉에서 식겁을 하고 나서는 현위치번호를 만나면 무척이나 반갑더라.
파계봉을 지나서 이제는 팔공산이 슬슬 지겨워지며 카메라를 꺼내기도 귀찮아서 사진도 거의 없다.
그래서 현위치번호 '141'인 파계사 삼거리에서 좌틀하여서 파계사 방향으로 후다닥 내려와 산행을 종료하였다.
팔공산이 왜 대구의 진산(鎭山)인지를 갓바위부터 파계사까지 길~게 종주를 하여보니 알겠더라.
추위와 바람때문에 고생은 하였지만 할머니를 떠올리며 걸어본 의미있는 팔공산 종주길이었다.
개인적으로 팔공산의 갓바위-파계사 종주는 광청종주보다 조금 더 힘이 들었다고 생각하며,
청계산의 이수봉이나 매봉과 같은 중간 보급처가 전무하여서 충분한 식수및 행동식의 준비와
지금같이 하루해가 짧은 시기에는 일찍 산행을 시작하여 여유있는 시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대구 팔공산 종주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꼭 해 보아야 할 재미있는 도전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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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을 엑셀 파일로 정리를 하여 보니 산림청 기준으로는 딱 절반인 50개 산에 올랐더라.
이러다가는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에 모두 올라보지도 못하고 죽을 것 같아서 가까운 산을 2개씩 묶어서 오르기로 하였다.
그래서 지난 주말엔 대중교통으로 접근성도 좋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구미의 금오산과 대구의 팔공산을 묶어서 다녀왔다.
구미 금오산은 경북 구미시, 칠곡군, 김천시에 걸쳐 있는 현월봉(976m)을 최고봉으로 하는 산이다.
오전 10시반경에 금오랜드를 출발하여 해운사와 대혜폭포를 경유하여 정상인 현월봉에 올랐다가,
약사암과 마애보살입상을 알현하고 법성사 방향으로 하산하여 오후 3시40분경에 산행을 종료하였다.
관리사무소 옆의 화장실 앞에서 산행 준비를 하면서 금오산을 올려다보자,
파란 하늘과 넓은 잔디밭과 붉은 가로수가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오더라.
금오산 호텔과 케이블카 출발지를 지나서 계단을 뚜벅뚜벅 오르자 금세 해운사가 나타난다.
해운사 뒷편의 암벽 위에 위치하여 도선선사가 득도를 하였다는 도선굴에도 올라보았다.
마치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는 것과 같은 암릉길을 조금 오르자 천연 동굴인 도선굴이 나타나는데,
태권도장에서 단체로 온 것 같은 꼬마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얼른 사진만 찍고서 다시 내려왔다.
고도가 높지 않은 해운사와 대혜폭포 부근이 단풍은 절정이었는데,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올라온 탐방객으로 너무 복잡하여 다시 서둘러서 이동을 하였다.
대혜폭포부터 본격적인 금오산 산행이 시작되는데 할딱고개에 올라서자 한결 탐방객이 줄어 들었다.
고려시대부터 쌓기 시작한 금오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더욱 보강되어,
한때는 남한산성처럼 마을이 형성되어 두개의 마을 108호에 450여명이 거주를 했었단다.
금오산 현월봉의 정상석은 실제 정상 반환전까지 있었던 왼쪽의 가짜 정상석과
2014년 9월에 세워진 진짜 정상석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공존하고 있었다.
금오산 정상에서 구미시가지와 구미공단 그리고 낙동강을 내려다보며 한참동안 정상욕을 즐겼다.
그리고 약사암을 경유하여 보물 490호인 마애보살입상과 돌탑을 알현하고서는
조용한 등산로로 내려오고 싶어서 다시 Back을 하여서 법성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였다.
예상대로 이 곳 법성사 방향의 하산로는 무척이나 호젓하여서 딱~ 내 취향이었다.
이 곳에서 2017년의 마지막 낙옆을 원없이 밟으며 금오산을 오롯이 즐기면서 여유롭게 하산을 하였다.
그리고 오후 3시10분경에 금오산야영장과 법성사 사이의 차도변에서 실질적인 오늘 산행을 종료하였다.
낙동강이 흘러가는 평지 부근에 1,000m에 가까운 산이 불뚝 솟아서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하는 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구미 금오산은 부지런을 떨면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도 당일산행이 가능한 아름다운 100대 명산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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